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01>

어떤 바이크를 고를 것인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바이크를 타고 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자기의 다리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째서 바이크를 타고 있고, 타고 싶은 걸까요. 바이크 라이프 입문자를 위한 매뉴얼. 그 첫 번째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무슨 목적으로 타는가 

바이크에는 수많은 종류와 기종이 있습니다. 가령, 서킷을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 바이크로 하루 500km 이상의 투어링을 달리는 것은 ‘사용 목적이 맞지 않으므로’ 피곤할 뿐입니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바이크란, 라이더의 조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그리고 차체에 가해지는 운동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그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들이 달리는 일반 공도에서는 그저 달리게 할 수는 있어도, 그 본래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시킬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한편, 엔듀로나 모토크로스 같은 바이크로 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크루징한다거나 몇 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장거리 투어에 쓰는 것도 사용 목적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대배기량 엔진, 덩치 큰 대형 바이크로 서울 시내의 교통 체증 속을 달리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자동차랑 보조를 맞춰서 달린다면 또 몰라도, 갓길이나 차 사이를 비집고 달린다면 위험률만 상승할 뿐이지 만일의 접촉 사고라도 난다면 크게 다칠 수밖에 없고, 하물며 그런 대형바이크로 매일 같이 출퇴근 길에서 그렇게 탄다면 거의 자살행위와도 같습니다.

 

 

 

즉, 그 바이크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크를 구입할 때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몸과 힘으로 바이크를 움직일 수 있는가입니다. 일본의 바이크 면허는 모두 7가지가 있는데, 면허를 취득할 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심사가 ‘넘어진 바이크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가, 천천히 지면에 눕힐 수 있는가’ 입니다. 이것을 못하면 시험 자체를 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일으켜 세우기, 천천히 눕히기 시험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운전 기술(바이크를 무리 없이 제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미달이면 당연히 불합격입니다. 까딱 잘못하면 사람 목숨이 위험한 것이 운전이라는 기술이므로, 말하자면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 바로 면허시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이 시험방법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면허를 딸 수 없으면(그런 체력이나 실력이 없으면) 죽지 않기 위해서(또는 남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운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가령 면허를 땄다 하더라도 바이크 샵에 바이크를 구입하러 가면, 샵 사장님으로부터 엔진 시동부터 걸어 보라는 소리를 먼저 듣습니다. 내가 바이크를 처음 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시동을 걸기 위한 적절한 조작과 조정’을 못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이크가 당연했습니다. 시동을 못 걸면 ‘너는 바이크 안 타는 게 좋아’ 라고 거절당했습니다. 이것도 기본적인 조작을 하지 못하는 위험한 사람을 도로 위에 보냈다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렇듯, 우선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로써 바이크의 종류를 결정한 다음, ‘스스로의 능력’ 을 냉정하게 평가해서 ‘나한테 맞는 크기와 무게, 속도’ 를 갖춘 모델을 선택해서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해서 나에게 맞는 크기와 무게, 속도를 갖춘 모델을 선택해서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지비를 마련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유지비 문제입니다. 바이크를 구입하기에 앞서서 ‘바이크로 공도를 달릴 수 있는 상태까지 드는 총액’ 과 ‘정기적으로 드는 비용(소모품이나 정비 공임 등)’ 을 바이크 샵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고, 나의 수입에서 바이크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을 산출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어떤 바이크라면 1년에 몇 킬로 주행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해야 차량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본인 수입에 걸맞은 바이크를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바이크 구입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면 우선은 중고차를 선택해서 제자리 쿵이나, 수리, 정비 등 다양한 경험을 거친 다음에 신차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바이크샵이 품질을 보증하는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대부분의 바이크 샵은 고객이 신차를 구입할 때에 고객이 타던 중고차를 인수합니다. 그렇게 인수한 중고차를 다음 손님에게 판매하기 위해서 정비를 하고, 차량 상태와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바이크 샵에서 판매하는 중고차는 그냥 중고차가 아니라, 그 바이크 샵이 지니고 있는 기술력(기계유지 관리능력) 즉, 지적 재산을 증명하는 물증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연식의 같은 모델이라도 개인매매보다 값이 비쌉니다.

 

 

유지비는 기본적으로 신차나 중고차나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기계 장치이므로 둘 다 정기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합니다. 다만, 오래된 바이크(연식이 오래된 클래식 바이크 등)를 타고 싶다면 신차를 탈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비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경년 변화와 주행거리에 따른 부품 소모 상태가 심해서 이곳저곳 망가질 가능성이 당연히 크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빈티지’나 ‘클래식’ 또는 ‘올드’라고 불리는 오래된 바이크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첫 오너부터 현재까지 명의 변경 내용이 이어져 있을 것’, ‘신차 때부터 지금까지 분해 정비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을 것’ 입니다. 신차 때부터 지금까지의 정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유지비를 계산하기에도 편하고, 누가 어떻게 정비해 왔는지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대비책을 세우기에도 좋습니다. 물론 당신도 그 일을 충실히 실행해서 후계자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요컨대 당신의 유지관리 능력도 시험받게 되는 거랍니다.

 


 

Credit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샵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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