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스루트] 한반도의 남쪽으로 바이크 여행

    JOHNNY’S ROUTE

    한반도의 남쪽으로

    매년 5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전국일주를 다닌 지 어느덧 20년, 올해처럼 5월에 비 소식이 잦은 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작 간간이 내리는 비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어 가볍게 남쪽으로 다녀왔습니다.

    여수 돌산대교와 장군도

    이번 여정은 지리산부터 시작해 남서쪽을 돌아 고흥과 여수를 거치는 길로 계획해 보았습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목표한 지역들을 조금 자세하게 둘러보려면 어쩔 수 없이 일정 구간은 경치와 좋은 볼거리를 뒤로하고 최단 시간 주파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서울에서 지리산까지 가는 이륜차 도로 중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좋은 루트가 있고 그것들을 모두 소개하며 들렀다가는 지리산까지 4박5일이 걸려도 어렵기에 이번에는 곧장 지리산을 향해 달렸습니다.

    지리산

    지리산 지안재

    이번 여정의 첫번째 포인트는 바로 라이더들의 성지이자 노고단이라 부를 수 있는 지리산 <지안재>입니다. 지안재는 전국을 대표하는 S자 도로들 중 가장 유명하고 라이더들이 반드시 인증샷을 남기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구룡계곡을 거쳐 정치령에 오르는 코스를 더 선호하지만, 아직까지 여러분께 소개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엔 지안재를 거쳐 가는 코지리산 스로 정해두고 출발했습니다. 지안재의 꼭대기에는 작은 전망대가 있는 데, 이곳이 바이크 동호회에서 수없이 올라오던 지안재 와인딩 도로 주행샷의 바로 그 스팟입니다. 전망대 주변엔 이름난 라이더의 성지임을 알려주는 듯 수많은 라이더들의 이름과 동호회와 팀의 이름이 빼곡하게 담벼락에 적혀 있어 혹시 지인 이름이나 팀명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바이크로 지리산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여러 가지 코스가 있지만 가장 좋고 대표적인 코스로 지안재 ->마천 면사무소-> 뱀사골 야영장 ->달궁 야영장을 거쳐 성삼재 휴게소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가는 길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경로로 설정하면 달리는 동안 지리산의 시원한 계곡을 끼고 크고 작은 코너를 지날 때마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오롯이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토캠핑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지리산 뱀사골 야영장이나 달궁야영장에서의 캠핑을 추천합니다. 뱀사골 야영장은 바이크를 입구에 세워두고 짐을 따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캠프사이트와 계곡 진입로가 붙어있어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려면 좋은 선택이 될것입니다. 다만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니 미리 여유를 두고 예약하기 바랍니다. 출출한 허기를 달래 줄 계곡 옆 식당에서 지리산의 정기가 가득한 산채비빔밥이나 도토리묵, 더덕구이같은 별미를 맛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지리산 지안재

    이렇게 성삼재 휴게소까지 왔다면 이제는 내려가는 길만 남았습니다. 성삼재 휴게소는 지리산 노고단(1,507m)을 오르는 관문입니다. 노고단은 신라시대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곳으로 노고 즉, 나이 많은 어머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지리산을 두고 따뜻한 어머니 품과 같은 산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뾰족한 바위가 많은 악(岳)자 돌림의 산들에 비해 지리산의 넓고 푸른 산하를 보고 있으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왜 그러한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삼재 휴게소부터의 내리막은 짧은 숏코너가 쉴 새 없이 반복되는 길입니다. 그만큼 재미있는 구간인 동시에 아직 심한 와인딩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 라이더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기도 합니다. 안전 운행을 위한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지리산처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구간의 와인딩 코스는 본인뿐 아니라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운전자 역시 경치에 취해 스스로 인지 못하는 사이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게 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라인드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는 짧게 경적을 울려 나의 위치를 반대편 차량에게 미리 인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작은 습관 하나가 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으니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전남 순천 와서면 기사식당앞 메타세콰이어길

    곡성을 향해

    지리산을 모두 둘러보고 내려왔다면 이제 2가지 루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구례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곡성으로 갈 것인가? 성삼제 휴게소를 내려와 구례와 하동을 거처 남해로 이어지는 도로는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한을 보여주는 길로 유명하지만, 반대로 남해에서부터 역으로 올라가는 길은 분명 같은 루트에 주행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경치를 보여주는 길입니다. 같은 길, 같은 지역이라 할지라도 그 길을 달리는 계절과 방향에 따라 보여주는 풍경이 이토록 다를 수 있음에 새삼 놀란 곳입니다. 이번 여행의 백미를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기에 저는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가정역으로 향했습니다. 우리에게 공포영화 <곡성>으로 잘 알려진 곡성은 사실 공포 영화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고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철쭉과 기차길로 유명한 곳입니다. 특히 3월 말부터 4월 초에는 곡성역에서 17번 도로를 따라 가정역 출렁다리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온통 진분홍 철쭉과 벚꽃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도로 한쪽으로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흐르고 그 반대편에는 온통 철쭉과 벚꽃이 어우러지고 그 철쭉 위를 기차가 달리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저는 지인이 지리산 자락에서 목수 일을 하고 있어 수시로 이곳에 머무르며 주변을 샅샅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지리산에서 이어지는 구례, 곡성, 하동의 길들은 어느 길을 막론하고 아름답고 푸근하며 따뜻한 최상 느낌의 경치였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이라면 근처에 숙소를 정해 두고 이 지역만 여행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17번 도로를 내려오다 압록강 유원지가 있는 압록교에서 다음 목적지인 낙안읍성을 향해서 18번 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18번 도로는 대황강 출렁다리를 지나 주암호로 연결되는데, 이 길 역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보기 좋은 풍경을 자랑합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탁트인 17번에 비해 18번 도로의 풍경은 조금 축소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도로입니다. 또한 상당 부분이 머리 위를 덮는 나무들이 터널처럼 되어 있어 한여름에 내리쬐는 땡볕을 피해 시원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길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낙안읍성 가는 길에 위치한 송광사를 둘러봐도 좋지만 저는 가야 할 길이 멀어 생략했습니다. 그렇게 주암호를 지나다 보면 와서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쌍향수길이라는 도로가 나오는데, 이 도로의 중간 즈음에 아주 멋들어진 메타세콰이어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에 기사식당이 자리합니다. 전국의 기사 식당 중 이만한 풍경을 가진 곳은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멈춰보았습니다.

    낙안읍성

    낙안읍성을 지나 고흥으로

    이후 도착한 두 번째 목적지는 낙안읍성입니다. 지금도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이곳은 남부 지방 특유의 주거 환경을 볼 수 있는 민속마을로 넓은 평야 지대 위에 총 길이 1,420m, 높이4m 너비 3~4m의 사각형 석성으로 1397년 일본군이 침입하자 김빈길이 의병을 일으켜 처음 토성을 쌓은 것을 1626년 낙안군수 임경업에 의해 지금의 석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민속 마을 중 이곳 낙안읍성은 특이하게 초가지붕을 얻은 가옥들이 고풍스럽고 토속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다른 곳에 비해 상업적인 냄새가 덜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민속 마을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보존 상태가 좋아 현재에도 사용 중인 부엌과 툇마루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낙안읍성에서 다시 출발해 15번 도로를 타고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고흥으로 달렸습니다. 전남 고흥은 남쪽으로 투어를 떠날 때 남해나 여수, 거제와 통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그렇다고 볼 것이 없는 곳은 절대 아닙니다. 무엇보다 덜 알려진 탓에 도로가 한적하고 마음 편하게 라이딩을 즐기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는 곳이죠. 

    우주공원과 사체 조형물
    나로호 전망대

    또한 나로호 우주센터와 바이크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인 거금도까지 이런 저런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 고흥이라는 도시입니다. 우선 고흥에 접어들고 제가 가장 우선 향한 곳은 고흥의 랜드마크인 나로호 우주센터입니다. 저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로켓이나 우주 비행선 등의 단어는 그저 미국이나 러시아과 같은 특정 국가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질 뿐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곳 나로호 우주센터에 방문하면 우리나라도 번듯한 로켓들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우주 체험센터가 휴관인 상태라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잘 조성된 공원과 몽돌 해변의 산책로,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우주 발사체의 당당한 위용을 볼 수 있으니 고흥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둘러봐야 하는 필수 코스로 메모하시기 바랍니다.

    도라지식당 전남 고흥군 고흥읍 여산당촌길 4-2

    황가오리회

    사실 얼마 전 <자산어보>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본 터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홍어가 아닌, 생물 황가오리의 맛이 무척 궁금해 저는 황가오리회로 유명한 도라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해 보이는 작은 규모의 식당이지만 이미 테이블 절반에는 상마다 가오리 회가 올려져 있습니다. 또한 방문객들 중 오로지 가오리회만 포장해 가는 것을 보니, 하루 종일 굶은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황가오리회를 주문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처음엔 그냥 소금장에 찍어 먹어보라고 추천합니다. 음~ 소금장을 찍어 입에 가져가니 이게 생선이 맞나 싶은 그런 맛입니다. 마치 소의 생고기 혹은 뭉티기라고 불리는 육사시미를 먹는 듯한 식감과 맛입니다. 신기합니다. 특이한 점은 초장이나 간장이 아예 없고, 오로지 소금 기름장과 깻잎에만 싸 먹는다고 합니다. 소금장에 한 번, 그냥도 한 번, 깻잎에 싸서도 한 번, 각각 서로 다른 맛에 식감이 매우 찰지고 부드럽습니다.

    드디어 가오리의 생간, 홍어로 치자면 가장 맛있는 부위인 ‘애’를 맛볼 시간입니다. 푹 삭힌 홍어의 경우 애의 향이 매우 강하고 불에 의해 익혀지면 그자극적인 맛과 향이 배가 되는데 비해, 가오리의 간은 부드러운 정도가 마치 크림같이 녹아들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일부러 특이한 음식을 찾아 드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가오리 회에 국물 없이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식사 중간 즈음부터는 가오리 회로만 밥 한 끼를 다 먹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숙소에서 여정을 풀고 침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잠들어 버렸습니다.

    고흥과 여수를 이어주는 첫번째 다리 팔영대교

    수상도로를 달리다

    드디어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이자 꽃을 만나는 날. 바로 고흥에서 여수로 이어지는 해안이 아닌 수상도로를 달리는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섬과 섬을 이어주는 가장 대표적인 다리는 신안의 섬들을 이어주는 천사대교라 할 수 있습니다만 신안의 경우, 첫 번째 관문이 되는 다리에서부터 바이크로 진입이 불가합니다. 그 다음 차선이 되는 곳이 완도부터 장흥을 이어주는 신지대교, 장보고대교, 고금대교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경치가 가장 수려하고 아름다운 길은 바로 고흥에서 이어지는 5개의 다리를 건너 여수로 향하는 길이죠. 한여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쏟아지는 태양 아래 드디어 그 첫번째 다리인 팔영대교를 건넙니다. 고흥 우두해변에서 적금도를 이어주는 팔영대교는 고흥과 여수를 이어주는 다리 중, 가장 길고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다리입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적금대교 위를 달리면 앞으로 이어질 낭도대교와 둔병대교의 모습을 한눈에 보며 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여수로 이어지는 마지막 관문인 화양조발대교를 지나면 77번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크게 굽이치며 여수 백야도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한눈에 보게 됩니다. 대략 20여km정도의 구간을 바다, 다리, 섬, 바다, 다리, 섬, 순서로 달리게 되는 이 77번 도로 구간은 제가 꼽는 국내 최고의 아름다운 도로라고 말할 정도로 멋진 풍경을 눈앞에 펼쳐줍니다. 저는 이 길을 낮과 밤, 봄, 여름, 가을에도 건너봤지만 이 길을 달리기 전 항상 기대감에 부풀게 됩니다. 밤이 되면, 다리마다 들어오는 화려한 조명을 보며 건너는 야경 또한 기가 막히게 아름답습니다.

    여수 칠공주식당

    여수 장어탕

    드디어 최종 목적지 여수에 도착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제가 손꼽는 여수의 볼거리는 돌산공원에서 내려와 장군도와 돌산대교의 풍경과 바다 위 산책로로 유명한 오동도와 방파제길, 그리고 여수의 끝자락에 위치한 향일암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중에서 향일암은 해안가 절벽 위에 지어진 사찰로 단순히 해안 절벽에 위치해서가 아니라 사찰 그 자체가 환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인데 바위 사이를 통과하거나 바위 터널을 지날 때마다 보이는 사찰의 모습과 뒷배경이 되는 남해 바다의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만들어줍니다. 여수에서 조금은 덜 알려졌지만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한 장소들을 소개 드려볼까 합니다. 그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그럴싸한 식사를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낙점된 식당은 바로 장어구이와 장어탕으로 유명한 7공주장어탕입니다. 여수의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각종 회는 기본으로 돌게로 만든 돌게장, 장어를 샤브샤브 형태로 즐기는 하모요리, 그리고 기본찬으로 나오는 돌산 갓김치와 장어탕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곳은 여수 주민들이 많이 찾는 장어탕과 구이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재래시장과 수산물을 판매하는 어시장의 중간 정도 되는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처음 찾는 분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장거리 라이딩으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는 데에는 장어만한 음식도 없을 것입니다. 

    7공주장어탕 전남 여수시 교동시장2길13-3

    수십 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계시다는 사장님에게 몇 번을 부탁드렸으나 한사코 사진은 거부하셨습니다. 그러나 친절함으로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며 맛난 장어를 구워 주셨습니다. 이곳 장어구이는 붕장어라 불리는 바다장어로 씨알이 굵고, 그냥 보기에도 힘이 넘쳐흐릅니다. 여수를 대표하는 하모의 경우, 같은 장어지만 참장어라고 불리는 이빨이 돋아난 매우 사나운 종으로 오직 그 장어만 샤브샤브 형태로 즐긴다고 합니다. 장어구이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나뉘는데, 양념구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식 달달한 간장 양념이 아닌, 조금 칼칼한 고추장 양념이었습니다. 물론 소금구이로 주문하고 양념장에 콕 찍어 먹으니, 싱싱한 장어의 힘이 느껴집니다. 장어구이도 구이지만, 이 식당의 진짜 대표메뉴는 뭐니 해도 장어탕입니다. 큼직큼직한 장어 몸통이 덩어리째 들어있는 장어탕은 일반 장어탕과 구이를 드시고 난 뒤 맛보기 냉면 같은 형태로 판매하는 2천원짜리 후식 장어탕이 있었는데, 저의 추천은 장어구이를 드시고 후식 장어탕만 주문해도 충분합니다. 후식 장어탕이라고 하는데, 내용물로 보나 양으로 보나 후식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양과 맛입니다. 속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다시 신나게 달려봐야 합니다.

    여수 신덕 해수욕장 섭도

    여수는 다른 남쪽 지역과 달리 차량의 흐름이 많은 도시라 어느 방향으로 가도 제법 정체가 있습니다.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공원에 올라 여수를 대표하는 장군도와 돌산대교 포장마차 거리를 촬영해 봅니다. 돌산공원 정상은 여수 야경을 찍는 유명한 장소입니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관광지보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해안 도로 곳곳에 숨어있는 여수의 숨은 보석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 시내를 벗어나 달려봅니다. 보통 바이크를 타고 여수를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돌산대교에서 77번 도로나 17번 도로를 타고 다시 순천 방향으로 빠지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수의 동쪽 해안 도로를 타고 달리다 이어지는 이순신대로와 이순신대교의 경우, 이륜차로는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여수의 진짜 멋진 길은 바로 동쪽 해안 도로를 타고 산업단지까지 이어지는 도로입니다. 

    섭도의 나무 데크길

    해안 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만성리 검은 모래해변, 모사금 해수욕장, 신덕 해수욕장이 차례로 나오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신덕 해수욕장입니다. 앞서 나오는 해수욕장들은 카페와 작은 상점들이 즐비한 반면, 신덕 해수욕장은 상대적으로 관광객의 수가 적고 크기가 아담하며 앞바다에 위치한 섭도라는 작은 섬의 나무 데크 길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덕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해변가에 비해 높은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동안, 앞으로 펼쳐질 해안가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달릴 수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이 무척 시원한 도로입니다. 저는 이날 신덕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캔커피와 함께 이번 여수까지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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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의 즐거움

    제가 생각하는 바이크 여행의 의미는 목적지가 아닙니다. 목적지는 때론 그 길을 달리기 위한 허물 좋은 핑계거리일 뿐이죠. 그리고 이름 없는 도로에 “어디까지 가는 길” 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듣고 보면서 목적이 아닌, 과정도 아름다웠더라면 이란 생각을 가끔하게 됩니다. 모터바이크 구독자 여러분도 바이크를 타시는 모든 라이딩이 목적지만이 아닌, 그 과정도 즐기는 여행이 되셨으면 합니다.


    글 쟈니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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