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를 넘어서다
TRIUMPH
TIGER900 GT PRO &
TIGER900 RALLY PRO
독보적인 3기통 엔진을 얹고 트라이엄프 어드벤처 바이크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타이거 800이 타이거 900에게 바통을 넘겼다. 풀 체인지를 통해 완전히 새로워진 타이거 900을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로 날아갔다.
트라이엄프 타이거, 그중에서도 미들클래스를 담당하는 타이거 800은 국내에서는 이제 막 알려진 모델이지만 2010년에 런칭한 이래로 3기통이라는 독보적인 영역과 탁월한 핸들링,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랑받으며 지난 10년간 8만5천 대 이상 생산된 인기 모델이다. 국내에는 런칭이 늦어진 탓에 2018년부터 최종형인 3세대 모델이 선보여 900으로의 업데이트가 상당히 이르게 느껴진다.
GT와 랠리
기존의 타이거 800은 온로드 중심의 XR과 오프로드 중심의 XC를 두고 뒤에 알파벳을 붙여 옵션사양을 나누는 식으로 모델을 구분했다. XRX / XRT / XCA 등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모델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GT와 랠리로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이름으로 바꾸고 풀옵사양에 PRO를 붙여 한눈에도 모델의 특성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국내에 판매될 모델은 풀옵션 사양인 GT프로와 랠리프로, 그리고 GT를 기본으로 시트고를 극적으로 낮춘 LRH 버전까지 3가지 모델이다.
T-플레인 900cc
타이거 900으로 변화의 핵심에는 엔진이 있다. 엔진은 피스톤의 스트로크는 동일하고 지름만 키워서 800cc에서 888cc로 배기량을 키웠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T-플레인 트리플 크랭크 엔진으로의 변화다. 원래 일반적인 3기통 엔진은 120도 간격으로 연결된 크랭크가 2회전에 한 번씩 순서대로 터지면서 점화 간격이 일정한 등간격 연소를 한다. 하지만 타이거 900은 90도로 배치된 3개의 크랭크가 부등간격으로 연소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3기통이 “펑..펑..펑..”하고 일정하게 터졌다면 이제 “펑펑…펑…” 하고 리듬감 있게 터진다. 이 엔진의 크랭크 축 형상을 빗대 ‘T플레인 트리플 크랭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타이거 엔진 크기 비교
배기량은 늘었지만 엔진은 더욱 컴팩트해졌다
그 결과 기존의 3기통이 4기통에 가까운 필링을 내던 것과 달리 T-플레인 엔진은 V형 2기통에 가까운 엔진필링을 낸다. 점화 간격이 불규칙한 만큼 진동도 늘어나고 사운드도 거칠어졌다. 하지만 이는 바꾸어 말하면 엔진의 회전이 생생히 전달되고 사운드도 터프한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새로운 엔진에서 느껴지는 감상은 후자에 가깝다. 아이들링에서는 이전보다 리듬감이 살아있고 회전을 높이면 그르렁 거리는 사운드로 라이더를 자극한다. 야마하의 빅뱅엔진이나 병렬2기통 엔진들이 V트윈 엔진을 흉내낸 270도 위상차 크랭크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3기통에서 이러한 T-플레인 방식을 사용한 것은 타이거 900 엔진이 처음이다.
이런 부등간격 연소는 트랙션 성능을 크게 높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어가 미끄러지는지, 혹은 노면을 잡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전달력이 좋다. 그리고 이러한 트랙션에 대한 정보 전달력은 라이더의 자신감과 직결된다. 특히 오프로드 주행에서 그 차이는 더 커진다. 노면을 가리지 않고 달려야하는 듀얼퍼퍼스 장르에 딱 어울리는 변화인 것이다. T-플레인으로 2기통의 장점을 흡수했다지만 3기통만의 장점도 여전히 유지된다. 기통을 잘게 쪼갠 만큼 고회전 영역에서의 이점이 있고 10,000rpm까지 가볍게 돌린다. 필링이 전보다 거칠어졌다고 해도 비슷한 배기량의 2기통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엔진의 변화가 점화 간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배기량부터 커졌다. 하지만 엔진의 크기는 전체적으로 부피 상승을 막고 오일팬 사이즈도 줄고 마그네슘 합금 커버를 사용하는 등 경량화를 이뤄 이전 모델보다 2.5kg가볍고 더 컴팩트한 사이즈가 되었다. 여기에 사이즈가 줄어든 만큼 무게가 집중되는 효과도 있다. 시트와 연료탱크의 폭이 좁아져 발착지성도 더 좋아졌다. 배기량의 증대는 10% 늘어난 최대 토크뿐만 아니라 저회전 토크도 보강한다. 3,000rpm만 넘어도 이전 모델의 최대 토크보다 높은 토크를 낼 정도다. 덕분에 가속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스펙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 남짓으로 타이거 800의 4.7초에 비해 1초 가까이 기록을 단축시켰다.
타이거 900
먼저 GT와 랠리 두 모델이 공통적으로 변화된 점을 살펴보자. 기존 타이거 800은 미들클래스임에도 리터급 못지않은 과한 볼륨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들클래스에 딱 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느낌이다. 전면 디자인의 5할을 차지하던 헤드라이트는 반의 반 사이즈로 줄어버렸다. 이것만으로도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헤드라이트의 비례에 맞게 윈드쉴드와 비크도 날렵하게 바뀌었다. 중앙의 갈매기 모양 DRL은 바이크의 카리스마를 더한다. 그리고 이제 모든 모델에 같은 사이즈의 비크가 달린다. 이전의 XR 시리즈의 짧은 비크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기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다. 엔진은 하단의 크기를 줄여 앞으로 6.8도 기울이고 아래로 42mm 내려서 장착했다. 덕분에 무게 중심이 크게 내려갔다. 좌우로 분리된 형태의 라디에이터는 엔진을 앞으로 더 바싹 당겨 장착할 수 있게 해준다.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려줄 뿐 아니라 중앙에 집중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라디에이터 열기를 라이더로부터 더 멀리 배출시켜준다.
알루미늄 재질로 분리되는 타입이라 충격으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교체가 가능하고 탠덤 스텝도 분리 가능한 타입이다. 타이거 800은 이 모든 게 한 조각이라 조금만 손상을 입어도 전부 교체하거나 재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프레임은 통으로 제작되던 기존방식과 달리 서브프레임이 볼트온 방식으로 붙는다. 덕분에 서브프레임 재질을 알루미늄으로 변경해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탠덤 발판도 서브프레임과 통짜가 아니라 탈부착이 가능하다. 타이거 800의 경우 서브프레임 뿐만 아니라 탠덤 스탭만 휘어도 프레임을 통째로 교체해야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라이더들로부터 서브프레임을 분리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라이더라면 반가운 변화다.
더 컴팩트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연료탱크의 크기는 내부를 정리해 20리터로 오히려 더 커졌다. 눈으로 보기에만 날렵해진 것이 아니라 시트에 앉으면 연료탱크 폭이나 차체의 폭, 시트폭 등도 가늘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발착지성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바이크를 다룰 때도 더 가벼운 느낌이 난다. 전체적으로 잘 깎고 다듬은 느낌이다. 실제 무게는 5kg정도의 감량이지만 시각적인 무게는 그 이상의 경량화로 보인다.
클래스 이상의 완성도
타이거 900은 미들 클래스에서 가장 화려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함급에나 장착되는 7인치 대형 TFT계기반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풀컬러에 반사방지 코팅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계기반은 깔끔한 그래픽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결해 내비게이션 정보를 표시할 수 있고 고프로 카메라를 연결해 무선으로 컨트롤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브레이크 캘리퍼는 브렘보의 스티레마 캘리퍼를 기본으로 장착하는데 이런 고사양 캘리퍼를 기본으로 채택한 미들클래스 바이크는 지금까지 없었다. 열선 그립은 물론 프로모델에는 열선 시트 퀵시프트, 완전조절식 서스펜션(랠리)과 전자조절식 서스펜션(GT)등 미들클래스에서 보기 힘든 사양도 아낌없이 적용된다. 엔진의 배기량 말고는 아쉬울 게 없는 구성이다.
What3words와 마이 트라이엄프
트라이엄프의 TFT계기반은 마이 트라이엄프 앱과 연동해서 바이크의 관리 및 상태를 점검 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직접 핸드폰과 연결해 테스트 해보는데 재밌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바로 What3words로 전 세계를 3X3미터 사이즈의 사각형으로 잘라 3개의 랜덤 문자로 위치를 지정하는 기능이다. 일종의 GPS 좌표와 같은 것인데 숫자로 구성되어 외우거나 보고 쓰기가 힘든 GPS좌표와 달리 흔히 사용하는 쉬운 단어 3개의 조합으로 위치를 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소와 다른 점은 어떠한 곳이든 지구상에 존재하는 위치라면 좌표를 가지기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라고 해도 정확히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첫 날의 목적지는 sparing.residency.shakes였는데 이 3단어만 공유하면 모두가 같은 좌표로 이동할 수 있다. 트라이엄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사용처를 확대한다고 한다. what3words.com에서 자신의 주소를 변환해보자.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도 지원된다.
라이더 스팟을 What3words로 바꾸면?
북악 팔각정 주차장 ///현실.개그맨.근육
반포한강지구 편의점 ///심야.고음.검증
RSG ///즐겁다.했다.놀았다
양평만남의광장 ///풍족.스포츠.외근
TIGER900 GT PRO
랠리에겐 미안하지만 GT가 와인딩로드에서는 비교가 안 되게 빠르고 재밌다
GT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로드 투어에 집중하고 있는 모델로 타이거 800 XRT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프런트휠에 21인치 와이어스포크 휠 대신 19인치 캐스트휠을 장착하고 프런트 포크가 180mm, 리어쇽이 170mm의 트래블을 가진 온로드 중심의 듀얼퍼퍼스다. 단순히 투어링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전 모델인 타이거 800이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엔진은 매끄럽게 돌고 윈드쉴드는 물론 프런트 페어링 자체가 더 큼직해 방풍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클래스보다 커보이는 타이거 800과 달리 딱 미들클래스로 보이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타이거 900에는 이전에 없던 ‘스포티’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디자인에서부터 경쾌함이 살아있다.
테스트 차량은 GT중에서도 프로모델이다. 기본 장착되는 옵션을 열거하자면 열선 그립과 시트, 크루즈 컨트롤, 핸드가드, 시트 밑 핸드폰 충전 박스, 블루투스 연결이 지원되는 7인치 TFT 계기반, 퀵시프트, 안개등, 센터스탠드,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사용자 커스텀 라이딩 모드를 포함한 5가지 라이딩모드까지 그야말로 풀 옵션 사양이다. 시승이 진행된 모로코는 사막 기후 특성상 밤새 기온이 내려가 싸늘한 아침에 열선 그립과 열선시트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퀵시프트의 기본 장착도 큰 장점이다. 한때는 기함급 모델에만 장착되던 퀵시프트가 이제는 미들클래스에도 보편화 되었다. 퀵시프트의 반응속도나 작동의 민첩함은 일반적인 수준이다. 엔진의 최대토크는 87Nm로 800에 비해 10%나 증가했으며 전 회전영역에 넓게 퍼져 고르게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토크에 끈기가 있어 저회전으로 내려가도 힘겨워하지 않는다. 6단 탑기어에서 40km/h까지 속도를 내렸다가도 부드럽게 재가속할 수 있었다. 오버리터급 바이크에서는 어렵지 않은 것이지만 미들 클래스에서는 보기 드물게 찰진 토크다.
작아진 윈드쉴드로 고속 주행 시 좌우 어깨로 오는 바람은 조금 늘었다. 쉴드 높이를 50mm 높일 수 있는데 헬멧 위로 적당히 바람을 넘겨준다. 하지만 아무리 몸을 웅크려 윈드쉴드 뒤에 숨어도 주변이 고요해지는 그런 완벽한 방풍성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윈드쉴드 조절은 수동으로 쉴드를 앞으로 밀어서 내리거나 올리는 방식인데 주행 중에는 풍압으로인해 조절이 쉽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미들클래스에서 조절식 윈드쉴드를 채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다. 또한 GT프로 모델에만 적용되는 마르조끼 전자식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9단계 댐핑설정과 4단계 프리로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주행모드와 연계되어 작동한다. 댐핑의 조절이 모드별로 차이가 확실했다. 모로코의 도로는 포장상태가 불량하고 흙이 깔려있는 등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는 내내 차체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은 서스펜션이 제 역할에 충실했고 간간이 트랙션 컨트롤의 도움도 받았기 때문이다.
와인딩 머신
GT프로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와인딩 로드에서였다. 탁월한 핸들링으로 정말 깜짝 놀랄만한 운동성능을 보여준다. 코너를 슬쩍 쳐다보는 것만으로 바이크가 기울어지며 돌아가고 연속코너에서 머리부터 날카롭게 파고들면 미끄러지듯 꼬리가 따라가는 그야말로 경쾌하고 날카로운 핸들링이 돋보인다. 특히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 성능에서 감탄했다. 레버의 터치가 그대로 반영되는 섬세한 컨트롤은 물론 긴 내리막에서 급제동이 연속되는 상황에서도 일관된 제동력을 보인다. 처음 테스트를 시작했을 때 랠리프로를 타고 앞서 달리는 라이더의 GT프로를 따라갔는데 살짝 버겁게 느껴졌다. 그때는 단순히 앞 라이더의 실력으로 생각했는데 반대로 바꿔서 타보고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깨달음을 얻었다. 랠리에겐 미안하지만 GT가 와인딩로드에서는 비교가 안 되게 빠르고 재밌다.
TIGER900 RALLY PRO
2017년 EICMA쇼에서 공개한 타이거 트라몬타나는 타이거 800XC 시리즈를 기반으로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팬아프리카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커스텀된 랠리머신이었다. 커다란 헤드라이트에 볼륨감 있는 타이거시리즈와 달리 가볍고 날렵하게 마무리된 외관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 트라몬타나 콘셉트를 그대로 투영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타이거 900랠리다. 대표 컬러인 화이트 프레임에 올리브 그린 컬러의 조합에도 그 영향이 남아있다.
오프로드 비중을 높인 만큼 21인치 프런트 휠과 앞 240mm, 리어 230mm의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 그리고 충격 흡수에 유리한 와이어 스포크 휠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휠은 크로스 스포크 타입으로 튜브리스 방식이다. 여기에 터프한 환경에서의 주행을 위해 스키드플레이트와 엔진가드 그리고 알루미늄 패널을 곳곳에 더했다. 고사양 모델인 랠리 프로에는 GT프로와 동일한 옵션들이 거의 다 적용되고 여기에 주행모드는 오프로드 프로 모드가 추가되며 전자조절 서스펜션 대신 수동의 완전조절식 서스펜션으로 바뀐다.
재밌는 점은 같은 GT와 기본적으로 같은 브레이크 시스템인데 세팅의 차이인지 제동력이 강하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GT를 타다 랠리를 타게 되면 처음에는 약간 밀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제동력이 즉각적이지 않고 상당히 섬세하게 컨트롤 할 수 있게 세팅되어 있다. 물론 프런트 포크의 스트로크가 훨씬 길기 때문에 한 박자 느리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이게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랠리라는 성격에 맞게 잘 세팅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브레이크가 GT처럼 작동했다면 상당히 피곤했을 것은 물론 오프로드에서 브레이크 건드리기가 겁났을 것이다. 레버에 힘을 꾹 주어 발생하는 최대 제동력은 충분히 강력하다. 와인딩로드에서 랠리는 날카로운 세팅의 GT와 달리 한 템포 느긋하다. 프런트 휠의 자이로 효과가 크고 스트로크가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랠리가 느린 것이 아니라 GT가 빠른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공격적으로 달려도 뱅킹센서가 “큭” 소리를 내는 GT와 달리 차체가 높아져 어지간히 기울여서는 뱅킹센서가 갈리지 않는 점은 좋다. 기본적으로 랠리는 도로 위에서는 좀 더 느긋하고 우아하게 달리는 게 맞다. 어차피 오프로드로 가면 GT로는 따라오지 못할 것을 아니까.
오프로드 테스트
타이거 900 랠리 프로가 기존의 타이거 800 XCA보다 오프로드에 더욱 초점을 맞춘 만큼 오프로드 테스트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트라이엄프도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프로드 테스트만을 위한 하루를 준비했다. 블록패턴으로 본격적인 오프로드 그립을 내는 피렐리 스콜피온 랠리를 끼우고 공기압을 21psi로 세팅했다. 주행 모드는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한 오프로드 프로로 설정하고 ABS는 전륜에만 ABS가 개입하는 오프로드 ABS로 설정했다. 하루 종일 타이거 900랠리를 타고 쭉 뻗은 비포장길부터 자갈길과 모래밭 진흙길, 업힐과 다운힐 등등 다양한 환경의 오프로드에서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뛰어난 밸런스
오프로드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느낄 수 있던 장점은 밸런스가 좋다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집중되며 무게의 대부분이 스텝 둘레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저속주행은 물론 노면의 요철들에 의해 앞뒤가 튀어 오르는 고속 주행 시에도 내 발을 중심으로 바이크가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 느낌이다. 또한 가늘어진 시트와 연료 탱크로 뒤꿈치부터 무릎까지 몸으로 느껴지는 부피감이 줄어든 것이 차를 더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엔진의 부등간격 연소로 인해 변화한 엔진의 특성은 오프로드에서 빛이 난다. 확실히 이전 타이거 800보다 차량의 트랙션을 이해하기 쉽다. 타이거 800은 주파성능과 별개로 스로틀과 뒷바퀴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고 리어가 부유하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 리어타이어와 스로틀의 직결감이 확실해졌다. 리어휠을 섬세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큰 안심감으로 작용한다. 달리는 내내 리어를 마음껏 컨트롤 할 수 있었고 주행에 금세 자신감이 붙었다. 또한 험로에서 출발 시 클러치를 붙일 때 시동이 맥없이 꺼져서 예상보다 회전수를 많이 올려서 출발해야 했던 타이거 800에 비해 엔진의 저회전 토크가 충분해지면서 시동을 꺼뜨릴 일 없이 편하게 탈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WP에서 쇼와로 브랜드가 변경되었는데 오프로드 주행에서 상당히 개선된 인상을 받았다. 다만 이것이 오프로드 세션을 위해 준비된 차량인 탓에 주행상황에 대비해 세팅한 것 때문인지 서스펜션 자체의 성능이 크게 좋아진 건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승 당시의 세팅으로는 주행하는 내내 상당히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여줬다. 꽤 빠른 페이스로 다양한 노면을 달렸는데도 단 한 번도 서스펜션이 한계를 치고 그립을 잃거나 충격을 걸러주지 못해서 위험한 상황이 없었다. 전후 모두 조절식이고 프런트 포크는 튜브 위쪽에서 바로 다이얼로 리바운드와 컴프레스 댐핑을 각각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오프로드에서도 공격적인 핸들링
특이한 점은 오프로드 중심의 바이크는 안정감있는 핸들링을 위해 스티어링 레이크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타이거 900 랠리의 스티어링 레이크는 GT의 24.6도보다도 공격적인 24.4도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21인치 휠을 장착하며 희생되는 민첩함을 더하기 위해 서로 풀이 된다. 이러한 세팅 때문에 오프로드에서 프런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풋패그와 핸들바를 뒤로 살짝 옮겨 리어휠로 중심을 옮겼다. 그 결과 오프로드를 달릴 때는 바이크의 성격에 느긋함이라고는 없다. 비포장도로나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야하는 트레일 구간에서는 민첩하게 방향을 바꾼다. 다만 자갈이나 모래구간 등 프런트가 그립을 쉽게 잃어버리는 구간에서는 핸들이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주행 중 가장 신경이 곤두섰던 때는 자갈밭을 달릴 때였다. 전체적으로 이전 타이거 800 XCA에 비교하면 한 단계, 아니 그 이상 높은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었다. 트라이엄프의 개발진도 오프로드 성능에 큰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실제 주행에서 확인한 오프로드 성능은 그들의 자신감을 인정할 만했다. 어드벤처 바이크들은 오프로드와 온로드 모두에서 활약해야 하는 만큼 양쪽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타이거 900 랠리는 온로드에서의 쾌적함과 오프로드에서 재미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어드벤처 바이크의 강자로 떠오르다
기대 이상이었다. 타이거 900시리즈의 변화 폭은 크고 그 방향은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 특히 엔진의 변화는 신의 한수였다. 새로운 엔진은 더 파워풀하고, 더 매력적이고, 더 야성적이고, 더 믿음직스럽다. 새로운 디자인이 신선함을 불어넣고 엔진 자체의 재미와 캐릭터는 차량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GT는 이전의 XR보다 도로위에서 더 스포티하고 경쾌해졌고, 랠리는 XC시리즈보다 더 진지한 오프로드 바이크가 되었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자신의 색깔을 더 진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더욱 강력해진 두 대의 어드벤처 바이크, 이들의 경쟁자는 더 이상 미들 클래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TIGER 900 GT PRO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3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61.9(mm) 배기량 888cc 압축비 11.27 : 1 최고출력 95.2ps / 8,750rpm 최대토크 87Nm / 7,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5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19 (R)150/70 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5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930×1410 휠베이스 1,556mm 시트높이 810-830mm 건조중량 194kg 판매가격 미정
TIGER 900 RALLY PRO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3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61.9(mm) 배기량 888cc 압축비 11.27 : 1 최고출력 95.2ps / 8,750rpm 최대토크 87Nm / 7,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5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21 (R)150/70 R17 브레이크 (F)305mm더블디스크 (R)25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935×1452 휠베이스 1,551mm 시트높이 850-870mm 건조중량 201kg 판매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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