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먼지 휘날리며!
INDIAN MOTORCYCLE
FTR 1200 S
플랫트랙 레이서의 유전자를 담은 FTR 1200이 드디어 공식 출시하며 한국의 라이더들을 만난다. 스크램블러나 듀얼퍼퍼스 어드벤처 바이크가 아닌 플랫트랙 레이서는 도로에서, 그리고 오프로드에서 어떻게 달리는지 궁금했다
참 오래 기다렸다. 월간 모터바이크에서도 벌써 몇 차례 다뤄진 모델이다 보니 따끈한 신차임에도 신선한 느낌은 덜한 것도 사실이다. 첫 공개되었을 때부터 주목해왔고 지난 모터바이크 6월 호에 이민우 기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디어 테스트에서 타고 온 시승기를 소개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던 모델이고 플랫트래커라는 장르의 특성상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이 무척 궁금했기에 출시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인디언의 고성능 바이크?
인디언 모터사이클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에 레이스, 고성능, 스포츠, 아드레날린 같은 키워드가 부합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의 인디언은 혁신적이고 고성능을 추구하던 브랜드였다. 1911년에는 맨섬TT에서 우승하고 1920년대의 스카우트는 지금의 슈퍼바이크 같은 존재였다. 빠른 만큼 각종 레이스에서 위상을 떨쳤고, 시대를 앞선 디자인이었다. 심지어 20년대에 4기통 엔진 기술을 보유한 ACE 모터사이클을 인수해 인디언4를 선보인다. 당시에 이미 시속 160km가 넘는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이후 치프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것은 좋았지만 치프가 브랜드의 중심에 서면서 이미지를 우아하고 느긋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며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졌고 브랜드 이미지는 점점 올드하게 굳어졌다. 이게 폴라리스 그룹이 인디언을 인수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인디언이 속해있는 폴라리스 그룹의 대표 브랜드 ‘폴라리스’는 ATV를 비롯한 오프로드 차량 전문 브랜드다. 랠리를 비롯해 각종 오프로드 경기에서 화끈한 주행성능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RZR 시리즈를 만든다. 이런 브랜드가 자사의 모터사이클 브랜드였던 빅토리까지 접고 인디언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엔진과 레이스 전용 머신인 FTR750을 투입한 플랫트랙 레이스에서 포디움을 휩쓰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고 여기서 배양된 기술을 적용한 FTR 1200을 만들었다. 이것이 FTR 1200이 재밌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FTR 1200 S
테스트 모델은 풀어저스터블 서스펜션과 전용 배기 시스템, TFT 대시보드 등이 더해진 S 모델로 플랫 트랙 레이서로 활약 중인 FTR750의 레플리카 컬러를 입혔다. 배기 시스템은 아크라포비치가 담당하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 핸들바는 프로테이퍼에서, 서스펜션은 작스 등 뛰어난 파트너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다. 남들이 잘 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고품질의 파츠를 공급받은 것은 좋은 결정이다.


타이어는 던롭에서 개발한 FTR 1200 전용 제품이다. 트렐리스 프레임을 중심으로 플랫트랙 레이스 머신의 스포티한 느낌을 잘 담아낸 디자인에 차체의 페인팅이나 소재의 가공은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블랙 컬러도 빛을 받으면 그 속의 펄이 입체적으로 빛나며 마치 우주를 보는 것 같다. 금속과 플라스틱, 무광과 유광의 소재와 질감의 차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미려한 디자인이나 꼼꼼한 디테일에서 상당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미제다운 투박함이 곳곳에 남아있다. 계기반의 그래픽과 메뉴 화면, 굵직한 클러치 레버, 큼직한 스위치 뭉치에서도 투박함을 찾을 수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TFT 화면 옆의 버튼과 우측 검지 버튼 왼쪽의 십자 키 등 수많은 버튼이 있음에도 막상 다양한 기능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중복된 기능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터치스크린이라 화면을 직접 터치해 쓸 수 있는데 버튼을 줄였어도 좋을 것 같다.

매력적인 엔진
엔진의 필링은 상당히 카랑카랑하다. 엔진은 기존의 스카우트 엔진을 많은 부분에서 개량했다. 말이 개량이지 부품의 80%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니 사실상 다른 엔진이라고 봐야겠다. 엔진의 장식적 요소를 삭제하고 크랭크 케이스 무게를 줄이고 마그네슘 커버를 사용하는 등 다이어트를 통해 엔진에서만 18kg 이상 가볍게 만들었다.

플라이휠 효과를 줄여 엔진의 반응을 좀 더 빠르게 하고 보어를 6mm 확대해 배기량도 1203cc가 되었다. 예전의 스카우트 시리즈의 시승기에서도 크루저치고는 상당히 스포티한 느낌의 엔진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러한 수정을 거치면서 완전히 스포츠 바이크용 엔진이 되었다. 123마력에 120Nm의 토크를 내며 3.5초 만에 100km/h까지 가속한다.

하지만 여전히 크루저 엔진의 느낌도 남아있다. 아무리 저회전 토크가 줄었다고 해도 차체가 가벼워진 덕분에 높은 기어로 저회전으로 달리면 “투두두두”하고 치고 나가는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분 좋고 여유롭게 달릴 때는 이 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투투두두”가 빨라지며 “와아아앙”으로 바뀔 때의 짜릿함은 FTR 1200만의 것이다. 잔진동은 억제되어 있지만 엔진의 토크가 차체를 채찍질하는 느낌은 남겼다. 60도의 협각 트윈엔진의 맛도 잘 살아있고 아드레날린이 솟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스탠더드, 레인으로 설정되며 스탠더드 모드는 밸런스가 좋았다. 스포츠 모드는 도로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거칠게 느껴진다. 물론 빠르고 적극적으로 달릴 때는 자극을 더해주는 모드이기도 하다.

핸들링 감각은 독특했다. 적당히 조여진 하체와 전륜 19인치 후륜 18인치의 큼지막한 휠에서 오는 선 굵은 움직임이 그리는 라인은 대충 휘둘러도 퍽퍽 잘려나가는 날이 잘 선 도끼를 휘두르는 것 같다. 기본기에 충실해서 코너에서 린위드와 린인, 행오프, 린아웃 등 어떠한 방식으로 달려도 어색함이 없다.

포지션은 자연스럽고 바이크를 마음껏 휘두르기 좋다. 특히 무게감이 절묘한데 무게 중심이 낮아 부담은 적으면서도 적당히 ‘묵직한’ 느낌은 전달된다. 이게 감당하기 힘든 ‘무거움’과는 전혀 다르다. 조작은 가볍지만 움직임은 묵직하다. 이는 극단적으로 낮춘 무게중심 덕분이다. 연료탱크를 시트 밑으로 넣고 배터리는 엔진 앞 아래쪽에 붙이는 등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 덕분에 차량의 무게가 거의 풋패그 둘레에 몰려있는 느낌이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일단 전후 150mm의 작동폭을 가진 서스펜션이지만 도로에서 주행할 때 느껴지는 감각은 대체로 일반 온로드 바이크와도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요철 등을 강하게 넘을 때 여유로운 정도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서스펜션의 한계나 낭창임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순정 타이어가 블록 패턴이지만 충분히 쫀쫀한 그립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잘 조여진 서스펜션의 역할 덕분이다.

슬라이드가 즐겁다
기본적으로 트랙션 컨트롤이 적용되는데 개입이 상당히 잦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트랙 모드(FTR에게 트랙은 일반적인 온로드 트랙이 아니라 흙이 깔린 플랫 트랙을 의미할 것이다)를 활성화했다. 트랙 모드에서는 TCS와 ABS를 동시에 끄고 켤 수 있는데 각각의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ABS는 켜두고 TCS만 끄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이 부분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니 업데이트를 통해서라도 확실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로드에서 FTR 1200은 기존의 스크램블러나 듀얼퍼퍼스들과 달랐다. 서스펜션은 온로드에서 좋은 인상을 주었지만 험로를 달리기엔 확실히 딱딱하다. 서스펜션의 댐핑 세팅을 변경하면 좀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어차피 험로를 비비면서 달리는 건 FTR의 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리어를 슬금슬금 날려가며 다져진 흙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것이 훨씬 즐겁다.

탄탄한 서스펜션은 이런 슬라이드 상황에서 일정한 그립을 유지해 차체를 다루기 쉽게 한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던 가벼운 조작감에 묵직한 움직임으로 리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도 부드럽고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대처하기 쉽다. 타이어는 블록이 노면을 파고들 듯 물지 않는 타입으로 적당히 흘려보내듯 미끄러지면서 꾸준히 구동력을 만들어준다.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그야말로 플랫트랙 레이서다운 설정이다.

사실 타보기 전까진 플랫트랙 레이서의 이미지만 빌려온 평범한 네이키드가 아닐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확실히 플랫 트래커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특유의 밸런스와 파워풀한 엔진은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미래
FTR 1200은 훌륭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았다. 그리고 인디안 모터사이클의 앞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만약 바이크는 마음에 들지만 브랜드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면 이제 그 고민을 끝내도 될 것 같다. 수 년 안에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이미지는 지금과 확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FTR 1200이 그 변화의 시작임은 확실하다.

INDIAN MOTORCYCLE FTR 1200 S
엔진형식 수랭 60° V트윈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102 × 73.6(mm) 배기량 1,203cc 압축비 12.5 : 1 최고출력 123hp / 8,250rpm 최대토크 120Nm / 5,9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 용량 13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풀어저스터블 (R)싱글 사이드 모노쇽 타이어 사이즈 (F)120/70 R19 60V (R)150/80 R18 70V 브레이크 (F)320mm 더블디스크 (R)265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87×미발표×미발표(mm) 휠베이스 1,524mm 시트높이 840mm 건조중량 222kg 판매 가격 2,390만 원(2,510만 원) ()는 레이스 레플리카 컬러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화창상사 www.indianmotorcyc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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