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 울프 300CR 롱텀시승기 #1

나만의 카페레이서를 찾아서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녀를 알게 된 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였다. 카페 앞에 다소곳하게 서 있는 자태에 나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한참 동안 가슴 앓이를 했다. 길을 걷다가도, 책상에 앉아도, 이부자리에 누워도 도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첫걸음, 첫 등교, 첫사랑, 첫키스··· 삶을 살아오면서 수없는 첫 경험을 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모터사이클이란 존재와의 첫 경험은 북 인도의 마날리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도 여름 3개월여 동안 인도 배낭여행을 했었다. 정수리에서 작열하는 태양과, 가만히 있어도 숨통을 옥 죄는 습기, 어디를 가나 꽉꽉 들어찬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열기로 온 인도 대륙이 다 찜통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배낭을 메고 북쪽으로 향했었다. 북쪽에는 북 인도를 가로지르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어 해발고도에 따른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야간버스를 타고 12시간 가까이 이동해서 마날리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더위를 피해 왔다지만, 도착한 그곳은 선선 함을 넘어 추울 지경이었다. 숙소를 잡은 다음 가장 먼저 한 것은 긴 옷을 산 것이었고, 그다음이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한잔 마시는 일이었다. 바로 그때, 저 멀리 보이는 산길로 통통통 소리를 내며 짐 보따리를 잔뜩 얹은 클래식한 모터사이클이 삼삼오오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후로 난 그곳이 북 인도의 최북단 레(Leh)로 향하는 모터사이클 여행의 기점이란 걸  알게 되었다. 최초에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으면서부터였다. 평전에서 그의 일대기는 마치 전반전과 후반전처럼 나뉘었는데, 그 기점이 그가 청년 시절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남미를 일주한 여행 이후부터였다.

그때의 기록인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또 동명의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모터사이클이란 존재는 뭔가 자유롭고, 모험적인 어떤 것의 대명사가 되었다. 바이크 여행을 동경하고 있던 나의 마음에, 그렇게 불똥이 튀게 된 것이다. 그날로부터 마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한 장면처럼 바이크에 짐 보따리를 묶고 여행을 시작했다. 로얄 엔필드의 본고장 인도에서 로얄 엔필드 썬더버드 250과 함께한 북 인도 바이크 투어. 그것이 나의 첫 바이크 경험이었다.

 

 

사랑two 

여행을 마친 후로, 한동안 모터사이클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다. 애초에 모터사이클이란 존재는 여행을 갔을 때나 즐길 수 있는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멋진 카페 앞에 서있던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느 번화가에 있던 어떤 멋진 카페 앞이었다. 카페 앞에 서있던 그녀는 어쩐지 짙은 녹색이 잘 어울렸고, 클래식한 외모까지 딱 내 취향이었다. 한동안은 그녀가 어른거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도 모르고 찾아 볼 길도 없고 해서 다시 그 카페를 찾았을 때, 행운처럼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난 그녀 의 이름은 SYM 울프 125 노스텔지아.

그렇게 그녀와 작년부터 만나왔고, 사랑했고, 미워하며 일 년여 이상을 매일같이 만나고 있다. 그렇게 모터사이클과 인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모터사이클 라이프는 생각보다 더 환상적이었고, 실제로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심지어, 월간 모터바이크에 입사했다!) 접근성, 활용성, 실용성, 경제성, 오락성 모두 자동차와는 비교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동수 단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었다. 이런 세상을 모르고 살았던 지난 과거의 나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모터사이클의 역사와 문화, 장르 등 하나하나 알아가는 맛도 일품이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1960년대 영국에서 있었던 모즈(mods)와 락커즈(rockers)의 대립구도의 이야기였다. 젊은이들의 반항적 정서, 전후 유럽의 분위기, 그들의 커스텀 문화와 마치 전투처럼 벌어졌던 브라이튼 대혈투 사건 등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이 이야기는 정말이지 곱씹어도 재미가 있었다. 람브레타와 베스파의 스쿠터. 첼시 부츠, 핏감 딱 떨어지는 슈트, 야상. 뭔가 팬시한 느낌이 모즈 스타일로 대변된다면, 나는 그것보다 가죽 재킷과 카페레이서 모터사이클이 더 멋져 보였다. 그렇게 카페레이서 모터사이클을 동경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되는 나만의 카페레이서 이야기 

그렇게 카페레이서 모터사이클을 동경해 오고 있던 찰나, SYM에서 60주년을 기념하여 울프 300시리즈를 발표했다. 뉴스에서 본 실루엣은 뭔가 손에 닿을 듯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왠지 당연히 내 것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기다림 끝에 지난 9월, 정식 론칭 이전에 국내 1호차 시승을 하게 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블랙/레드 컬러 의 모델이었는데 색깔의 조화가 지나치게 모던해 보였지만, 클래식함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은 아쉬웠던 와이어 스포크 휠의 부재도 막상 실제로 보니 이질적이지 않게 클래식한 느낌으로 잘 녹아있었다. 단기통 엔진 특유의 스트로크 필링은 공명기를 지나며 증폭되어,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가장 좋았던 건, 클래식함을 표방하는 바이크 임에도 성능만큼은 클래식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스로틀을 여는 만큼 토크를 발산하며 나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주크박스 음악이 끝나기 전까지 결승점에 도착하기에 충분한 퍼포먼스랄까.(웃음) 그 이후 10월 정식 론칭을 한 울프 300CR을 만나 볼 수 있었고, 그리고 한 달 후 화이트 컬러의 울프 300CR의 키가 내 손에 쥐어졌다.  롱텀 기사는 앞으로 11회에 걸쳐 작성될 예정이다. 카페레이서 장르에 대한 고찰, 라이프 스타일, 커스텀 프로젝트 등 다양한 각도에서 울프 300CR을 바라볼 계획이며,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찾아올 예정이다.

 

ACE 카페 오리지널 키 홀더를 선물 받았다. 이제 진정한 카페레이서가 될 차례다

 


 

Credit

글/사진 이민우 수석기자
취재협조 모토스타코리아 www.motost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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